경제불황 탓… 보호자 연락 끊긴 노인도 속출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진료비를 정산하지 못해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환자들이 충북 청주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오죽하면 진료비를 떼먹을까 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요즘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금액에 병원 측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손가락 골절과 얼굴 타박상으로 청주 한국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Y씨(30ㆍ여)는 중간 정산금(90만원)을 결제할 수 없게 되자 새벽 이슬을 맞으며 도주했다.

병원 측은 이날 이후 하루에도 수 차례씩 연락을 취했지만 Y씨는 이미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상태다.

지난달 26일 공사현장에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다 골절상을 입은 K씨(45)도 담당의사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외출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무작정 도망간 것이다.

며칠 뒤 병원으로 연락한 K씨는 “돈이 마련되는 대로 진료비를 정산하겠다”고 사정하자 병원 측은 또 한번 속을 수 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한국병원 관계자는 “한달 평균 3~5명의 환자들이 진료비를 미처 납부하지 못하고 야반도주를 감행한다”며 “환자들의 비통한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병원 측도 늘어나는 손실금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인병원에 환자를 맡긴 뒤 가족들이 연락을 끊는 ‘현대판 고려장’도 있다.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수 년째 청주 참사랑병원에 입원해 있는 H씨(80·여)는 현재 병원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부터 H씨의 병원비가 미납되더니 현재까지 밀린 진료비가 무려 2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H씨의 보호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경제사정이 나아지면 반드시 정리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했다.

H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가 이 병원에 8명에 달한다.

노인병원은 다른 일반병원과는 달리 고령에다 병세가 심한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진료비 미납으로 인한 부담도 여타 병원에 비해 크다.

참사랑병원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진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밀린 진료비를 납부하지 못해 부모님을 찾아오지 못하는 보호자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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