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결국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이다.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과 민주당이 지난 12일 가칭 ‘통합민주당’으로의 합당 및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통합신당이 출범한지 99일만이다.

이는 4년 2개월 전 구(舊)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분열됐던 범여권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은 것이다.

신당과 정 후보측으로서는 140석 대 8석의 ‘당 대 당 통합’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명까지도 약칭하면 민주당이 되는 통합민주당으로 한다던가, 당선의 가능성만 열린다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꼼수에서 나온 발상이다.

올 들어 6개월 만에 이들은 3번의 합당에 4번의 창당으로 현란하고 소란스러운 정치적 쇼를 거듭해왔다.

지난 2월 김한길의원 중심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20여명 탈당, 5월7일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 6월27일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중도통합민주당 출범, 8월3일 김한길의원 그룹 재탈당, 8월5일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8월10일 대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간 합당을 했다. 현란한 재주넘기, 대박을 기대하는 올인식 정치도박에 기가 질린다.

김한길의원 그룹은 9개월 사이 당적을 5번이나 바꿨다. ‘기네스 북’에 오를 만한 추한 당적 세탁이다.

정 후보는 ‘단일 정당, 단일 후보론’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연말 대선에서 ‘양 강 구도’ 가 형성되면 여권에 희망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조석(朝夕)으로 변하는 새 판짜기는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눈뜬 장님으로 보는 능멸이 아닐 수 없다. 정당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백일하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

언론은 물론 소속 의원마저 탈당, 창당, 합당파 인원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 못해 들쭉날쭉이다. 그 날쌘 변화와 변신 과정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겠는가.

통합민주당 창당은 오직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데서 모의됐다.

열린우리당 창업 공신인 정동영 후보는 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도 기여했고 오래 참여정부의 실세로 행세를 했다.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 관여했던 ,개성공단, 자랑은 틈만 나면 한다.  이처럼 표 될 만한 것은 자신의 몫으로 하고 책임질 일은  외면하는 게 썩 좋은 처신으로 보이질 않는다.

정 후보는 10% 초중반대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데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은 고사하고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마저 기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합당을 결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권의 뒤에는 패배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죽했으면 정 후보가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강아지 손이라도 빌려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는가. 분열한 야권 후보에게 앞 두 자리를 내주고도 4등 후보가 바짝 추격해오고 있느니, 그가 처한 상황도 이해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묻지마 합당’이 과연 얼마만큼의 대중적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당은 1대1의 지분으로 통합하면 후보 단일화 패배자는 ‘국정파트너’로 한다는 등의 정치공학적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집권해야 할 이유와 집권 이후의 청사진을 구체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당의 노선으로 ‘중도개혁주의’ 운운 했지만 열린우리당이 표방하는 것들과 별반 차이를 찾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노무현 정권과 몸을 섞던 이들이 노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자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과 결별하고 간판 바꿔달기를 수없이 한 것이다.

4년 전 ‘김대중 당’을 노무현 당으로 바꾸었다면 이제 도로 김대중 당으로 돌린 것이다. 대선판은 일단 DJ 의중대로 짜이게 된 셈이다. 통합민주당에는 타협만 보이고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이 없는 타협은 야합일 뿐이다. 

정치란 ‘현혹(眩惑)’이고 대중들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법이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열리우리당의 국정 실패를 세탁하기 위해 급조된 정당이란 ‘주홍글씨’가 국민들의 뇌리에서 살아지지 않는 한 정권을 다시 쟁취하기란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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