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문화가 가히 충격적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신문 읽기가 무섭고 민망하기 까지 하다.

가출 여중생을 6개월 동안이나 모텔에 감금해 놓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유인한 성인남성 수백 명과 성매매를 강요하고 화대를 뜯은 2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여학생에게 하루 4~6명의 남성을 상대하도록 하고 화대를 뜯었고, 피해학생이 임신할 것에 대비해 특정 주기에는 피임을 시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하루 5명 이상의 남성과 윤락행위를 하지 못했을 경우 폭행까지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충격적인 사실은 채팅을 통해 어린 여중생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은 성매수자 가운데 교수와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피해학생이 감금된 사실을 알고서도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의 성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스를 접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수사가 이제 시작된 만큼 지켜봐야 하겠지만 딸 같은 어린 여중생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그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 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학교에서의 성폭력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넘쳐 나는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곳곳에서 발생한 일련의 청소년 성폭력 사건들이 이 같은 모방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또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 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나 중학생들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 한 사건도 성인 포르노물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딸을 둔 부모들은 가슴이 내려앉는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 인터넷 문화를 자랑한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의 폐해 가운데 하나로 아직도 우리의 청소년들은 저급한 성인문화에 둘러쌓인 것을 볼 때 제2·제3의 모방범죄가 뒤따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문제는 이들의 범죄행위는 어른들을 모방한 것으로 우리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삶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중대 범죄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두말할 나위가 없고 학교에서의 윤리교육, 성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인 만큼 건전한 성윤리 의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의 공동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 또한 책임 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정적 사진이나 프로그램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방영하고, 연예 프로그램 등에선 이를 화젯거리로 다루는 등 주어진 책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릇된 성문화 의식을 가진 일부 어른들에 대해서도 사회교육 시스템을 통해 올바른 성의식을 갖도록 계도해야 한다.

신상공개 등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 성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문화는 여전하다.

청소년기때부터 잘못된 성의식을 갖게 되고, 이같은 현상은 기성세대가 돼서도 성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올무가 되고 있다. 성도덕 불감증은 강력범죄 이상의 사회불안과 인성 파괴를 가져오는 사회적 병폐다.

길을 나서면 안마시술소와 퇴폐이발소, 유흥주점이 즐비하고 성매매를 부추기는 전단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고, 방송에선 연일 성범죄 소식이 흘러나오는 현실이 대한민국 성문화의 현주소다.

이는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과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현충일 아침이라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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