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습니다. 쓸데없는 짓도 안 했고요. 그런데 자식 결혼시키고 나니 남는 돈이 하나도 없네요”

60세가 된 고객이 필자와 상담 중에 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60대 부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한 단면이다.

평범한 가정의 라이프 싸이클과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자.

20대에 연애를 하면서 ‘당신 없으면 못 살아’를 속삭이다 30세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하자마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가 태어나면 부부의 모든 관심이 자녀에게 쏠린다. 둘째 낳고 보니 나이는 30대 중반을 가리킨다.

자녀가 둘이 되고 유치원에 보낼 무렵 신혼 때 얻었던 전셋집이 작게만 느껴진다. 모든 적금통장을 털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출을 받아 20평대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40대가 되면서 대출금을 열심히 갚고 있을 무렵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된다.

두 아이에게 각자의 공간을 주고자 30평대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대출을 받는다.

40대 후반이 되자 자식들은 고3수험생이 되고 어느덧 대학생이 된다. 아파트 대출을 갚기도 버거운 형편에 이제는 한 학기에 500만원이 넘는 등록금까지 내야 한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아내가 학비를 보태기 위해 대형유통업체에 취직을 하고 겨우겨우 자식 대학공부를 시킨다.

자식이 군대를 제대할 무렵 가장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중반이 되고 정들었던 직장을 퇴직한다.

60대가 되자 자식들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모아둔 돈은 없지만 그래도 부모된 심정으로 아들에게 전세금을, 딸에게는 혼수자금을 보태 준다.

경제력이 없어진 노부부는 은퇴생활에 대해 고민하다 차마 자녀에게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심을 거듭하던 노부부는 살던 아파트를 팔고 임대아파트로 옮기면서 작은 분식집을 개업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중산층이 살아가는 전형적인 모습일 게다.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은퇴 후 여유가 전혀 없는 고단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됐을까. 인생 전반에 대한 재무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의미있는 통계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30세 때부터 관찰을 시작해서 그들이 65세가 된 시점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결과였다.

조사에 따르면 3%는 부자가 됐고, 10%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으며, 27%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었고, 37%는 국가나 가족에 의존해 살고 있었으며, 나머지 23%는 이미 사망했다.

그래서 여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13%의 사람에게 어떻게 경제적인 풍요를 이룰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성공한 그들의 답변은 “젊어서부터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해 나갔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