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고민에 빠진다.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이다. 

학력신장을 위해 TV보다는 책을 더 읽었으면 좋으련만 이런 바람과는 달리 아이들은 점점 더 TV와 인터넷에 빠져든다. 적당히 TV를 보고 즐기며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정서적으로 좋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공부에 방해되는 TV를 못 보게 하거나 인터넷 게임 시간을 줄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환경 때문에 속만 태우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집의 아이들만 보더라도 일주일 내내 TV를 본다. 아이들에게는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청하는 프로가 정해져 있고 숙제보다 우선한다. 월·화요일은 ‘주몽’, 수·목요일은 ‘궁S’, 토·일요일 ‘대조영’과 ‘연개소문’, 그리고 ‘웃찾사’ 등이다. 아이들의 지나친 TV의 시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당장 없애고 싶어도 교육방송 때문에 없애지 못한다. 인터넷을 당장 끊고 싶어도 인터넷을 이용한 숙제가 많으니 어쩔 수가 없다.

요즘 대학생들도 TV가 주는 폐해보다는 인터넷게임이 큰 문제다. 대학생들이 하루에 1~2시간 이상은 인터넷 게임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책을 보는 것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중증의 중독 학생이 많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게임 등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아서다.

볼딩은 ‘20세기의 의미’란 저서에서 농경시대로 접어든 이래의 대변혁으로 ‘활자인간과 TV 인간의 단절’을 적었다. 그는 ‘소설 한 권을 읽을 때 그 이야기는 줄거리고 수렴되고 정리되어 나가지만, TV는 줄거리와 관계없이 갖가지 광고·긴급 뉴스 등 이물(異物)이 끼어 든다’고 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흔히 아이들은 TV를 보면서 밥을 먹고 꾸지람도 듣고 심부름도 한다. 심지어 TV를 보면서 공부를 해야 잘된다는 이상한 아이들까지 있다. 곧 이물을 이물로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든 흡수해버리는 TV 인간은 사물이나 사리를 매듭짓는 한계능력이 약화된다.

TV는 촉각인간을 만든다. 방송에서 듣는 감각적인 말이나 행위, 헤어스타일, 차림새가 금새 수용해 빠르게 전파되지만 개성을 상실하면서 비인간화돼 간다. 또 불연속의 연속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체질화돼 지속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주의가 자주 옮겨짐으로써 집중력이나 끈기가 감소되게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TV를 오래 시청한 아이들일수록 폭력성이 증가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인격형성과정의 폐해를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아이들은 TV의 영향으로 잡다한 정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이 잡히지 않아 상식 밖의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어른아이’가 된다. 실제 TV를 보고 이를 모방한 범죄가 많은 것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 세상에서 활자가 생활화 된 것은 15세기 중엽이지만 TV는 20세기 중엽에 생겨나 ‘활자인간과 TV인간’이라는 대단절을 만들어 냈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익함과 주의력, 끈기와 지속능력을 형성해 준다. 또 정보를 분류하고 판단하고 취사선택하며 창조력과 연결시키는 분별력이 담겨 있다. TV로 인한 인간의 결함을 중화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학기 또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