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여니 복도에서 자고 있던 체리가 꼬리를 흔들며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하고 인사를 한다. “그래, 잘잤니?”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1층 거실로 내려가니까 이번엔 앵두란 녀석이 맞이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빈이란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역시 꼬리를 흔들며 눈을 맞추기에 나도 함께 눈을 맞추면서 “응, 우리 가빈 잘잤니?”하고 있는데, 망고란 녀석이 정원 건너편 별채에 마련된 집에서 낑낑거리며 요란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목줄을 챙겨 가빈이 지내고 있는 집의 문을 여니 녀석이 나와 목을 내민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녀석의 목에 목줄을 걸어 집밖으로 빼내어 산책을 나섰다. 녀석을 왼쪽에 서게 하고 나는 오른쪽으로 자릴 잡았다. 10분 정도를 가볍게 뛰어 산모퉁이를 돌아 민가가 없는 들판에서 목줄을 벗겨준 다음 녀석의 엉덩이를 툭 쳤다. 송아지만한 녀석이 들판을 성큼성큼 마음껏 뛰어 다니는데 내가 노는 것 만큼이나 함께 즐거웠다. 그래서 “와~ 우리 가빈, 잘한다!” 하니 이녀석 더욱 즐겁단다. 한참을 그렇게 뛰놀더니 스스로 내게 다가와 목을 내밀었고, 나는 목줄을 걸어 녀석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가빈을 집에 들여보내고 나서 이번에는 “꼬옥~ 꼭꼭” 하고 닭들이 노래하는 닭장으로 가 문을 열면서 “얘들아, 잘잤니?”하고 인사를 건네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꼬옥~ 꼭꼭”하며 놈들과 합창을 한 후 구석에 낳아 놓은 달걀을 주워들고 나오면서 다시 “수고했다”하고는 사료와 물을 챙겨 주었다. 그런다음 “아그들아!”하며 반대쪽에 집이 있는 병아리들한테 가니 쪼르르 내게 몰려왔다. 역시 물과 사료를 주어 정신없이 먹고 있는 놈들을 쓰다듬어 주고나서 가빈과 망고에게도 아침을 챙겨주며 등을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사랑해!”하는 말과 함께…. 그밖에도 밤새 녀석들이 싼 똥을 치우고, 차갑지 말라고 바닥에 깔아 주었던 방석들을 볕에 너는 등의 일을 마치고서 아침식사후 출근하기 위해 현관을 나서니 녀석들이 인사를 건넨다.

퇴근해 저녁식사후 녀석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챙겨준 후 서재에 있는 책상에 앉았다.

책장에서 ‘제왕학’이란 책이 클로즈업돼 다가왔다. 20여년전에 구입해 지금도 가끔 읽어보는 책이다. 책을 꺼내어 어느 부분을 읽어볼까 하고 목차를 살펴보는데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가 있어 해당쪽을 펼쳤더니 다음과 같은 글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옛말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이 배를 띄우나 또한 그 배를 뒤집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은 백성이라고 하셨는데 옳은 말씀이오니 그대로 행하여 주시옵소서” 중국 당나라때 위징이란 신하가 임금인 태종에게 한 말이다. 이어서 태종이 말했다.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면 백성 또한 군주를 경애하나, 군주가 무도(無道)하면 백성은 그를 버린다.”

내 어린 백성(?)들이 생각났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들이긴 하나 그 백성들을 보호하고 사랑하는데에 소홀한 적은 없었는가, 그들의 생각이나 욕구는 관심없이 내 뜻대로 하지 않는다고 무시하며 학대한 일은 없었는가 하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네 정치현실이 떠올랐다. 국민을 사랑하기는 커녕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아니,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무엇하는 사람들인지.. 그러면서도 생각나는 말이 있어 입맛이 씁쓸했다. ‘국민은 그 스스로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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