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꾸었다고 인정받고 있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혁명’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그 혁명의 본질을 이루는 기술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당시 서양에서 금속활자 인쇄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가 프레스(압착기), 둘째가 종이, 셋째가 활자제조용 펀치, 넷째가 잉크 정도다.

서양 초기 인쇄의 핵심 공정인 프레스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기술은 예로부터 포도주나 기름을 짜는데 많이 사용되고 있던 것으로 인쇄를 위해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종이 또한 비록 거칠고 두껍기는 해도 12세기에 아시아에서 에스파냐를 거쳐 들어와 이때는 이미 종이공장도 가동되고 있었다. 물론 양피지는 기원전부터 정보를 기록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활자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하는 펀치 또한 동전, 메달, 갑옷, 가구 등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고 있던 기술이다.

잉크도 옷감 제조, 그림, 목판·동판 인쇄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그 밖에도 조판, 활자 및 종이(약간의 습기가 있어야 했다.)의 보관, 제본 등 수십 가지의 다른 기술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 또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거나 개발에 큰 어려움이 없는 기술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왜 이렇게 새로운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기술 외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평가할 때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창의적 발상과 추진력의 가치다.

각각의 흩어져 있던 기술들을 결합시켜 다른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발상의 자유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을 말하는데, 바로 이것이 진정으로 구텐베르크가 위대한 점인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말도 있듯이, 남이 먼저 한 것을 따라하는 것과 남보다 앞서서 생각하고 실행한다는 것의 차이는 무척 클 수밖에 없다. 알고 보면 별게 아닌 듯 보이더라도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발상과 행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지식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한정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으며, 인터넷이라는 항해술은 그 영역의 무한성과, 즉시성으로 인해 지식의 습득 방법과 필요성을 바꾸고 있다.

즉,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 Know-where)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찾은 지식정보의 자유로운 결합 능력, 즉 창의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이 정말로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우리의 교육방법 또한 지식의 강제적 주입이나 전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획일화보다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걸맞은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우리 고려의 선조들은 구텐베르크보다 200여년 앞서 종이, 먹, 금속기술을 결합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정보 전달에 이용하고 있었다. 간단한 기술의 결합으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나라의 후손으로서, 그 놀라운 창의력을 오늘에 되살린다면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가장 앞서가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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