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지난주부터 우리 도내 학교들마다 본격적으로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언론에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색 졸업식 풍경이 소개되고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2년째 야간졸업식을 가졌고, 한 중학교에서는 각계에서 답지한 장학금으로 졸업생 모두에게 장학금 지급했다고 한다.

또 시골의 한 중학교에서는 20여명의 졸업생들이 부모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런 이색 졸업식 풍경 속에서 우리 지역 언론을 통해 소개된 감동적인 이야기 몇 건이 눈길을 끈다.

기능직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중학교에서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늦깎이 졸업을 한 60대 만학도 류인관씨(62)의 이야기, 그리고 장애를 갖고 있는 딸의 수족노릇을 하며 대학을 졸업하는 부녀 이야기,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을 수석 졸업한 회사대표의 이야기 등이다.

60대 만학도 류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환경 탓에 진학하지 못한 채 신문배달, 농사일 등을 해왔고, 30년 가까이 내수중학교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2년 정년퇴직을 한 뒤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지난 2004년 뒤늦게 중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필자가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이 학교를 다닐 때도 아저씨는 학교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 오신 분인데 현재는 마을 이장직까지 맡고 있다.

또 주성대를 졸업한 최대성씨(56)는 지체장애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딸과 함께 같은 학과에 입학했고 2년간 손과 발이 되어 헌신적인 사랑으로 이번에 딸과 나란히 전문학사모를 쓰게 됐다고 한다.

보은출신의 구자억씨(69)는 생계 때문에 학업을 접고 사회에 뛰어들었으나 배움에 대한 갈망 때문에 학업을 시작, 한성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기록하면서 성적 최우수상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노인 복지의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평생교육학을 4년간 인터넷으로 복수 전공하면서 47개 전 과목에서 평점 4.5점을 받았다는 그는 방학 때마다 손자뻘 되는 동기생들과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학업은 지혜와 지식을 쌓는 일이다.

지혜는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이요, 지식은 ‘사물에 관한 명료한 인식과 그것에 대한 판단’이다.

지혜와 지식이 한 데 어우러질 때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되고, 그것을 기초로 선악을 구별하는 판단력을 지니게 되는 법이다.

여기에 사랑과 양심과 열정이 보태진다면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은 비록 남들보다 늦고 어렵게 학업을 시작한 학생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 지 몸소 가르쳐 준 스승이기도 하다.

뒤늦게 학업의 정열을 불태운 늦깎이 학생이나, 딸의 학업을 도와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 준 아버지가 선사한 삶의 교훈은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 얻는 지식이나 지혜에 비할 수 없이 값진 연유다.

삶은 끊임없는 배움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있다.

지혜와 지식은 개인의 영달과 입신을 위함이 아니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사랑과 희망으로 충만케 하는 헌신의 사명이 수반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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