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속활자 인쇄가 구텐베르크보다 빠르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오신다고 해서 어제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요. 정말 흥미롭습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일찍부터 문명이 발달한 나라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거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얼마 전에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의 초청으로 교류사업 협의차 다녀오게 된 것인데, 가는 길에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주요 박물관도 들러 보았다.

윗 글은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의 ‘직지와 한국의 고인쇄문화’에 대한 반응이다.

세계 3대도서관의 하나라고 자랑하던 독일 북부 볼펜뷔텔의 헤어초크 아우구스트 도서관의 코바흐씨, 직지와 함께 세계기록유산이 된 상거래기록물이 있는 벨기에의 프란틴 모레투스 박물관의 헛세바우트씨, 과거 동양과 유럽의 관문이던 이탈리아의 베르노시에서 만난 종이전문가 등 고인쇄 분야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 밖에도 여러 분야의 만나는 사람들마다 직지와 연계해 청주와 한국에 대해 놀라움과 큰 호감을 보이곤 했다.

이런 만남들 속에서 그동안 청주에서 직지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생각과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예상외의 후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물관장에 대한 예우가 대단히 높았으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탄생된 도시에서 왔다는데 대단한 호감을 나타내곤 했다.

비록 직지 실물은 프랑스 파리에 있지만 대표하는 유물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두 번째가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가 무척 높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세계의 문화발달에 기여한 금속활자의 영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관련 박물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발명을 한 선조들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지막이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중요성이다.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대한 어떤 토론에서도, 직지가 이미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음을 알려주면 깨끗이 인정을 했다. 즉 우리만의 주장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인받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탈리아의 학술회의 초청도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들은 동양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에 대해 무척 궁금해 했고,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제일 먼저 만든 나라 코리아와 그 증거자료가 있는 청주에 대해 무척 궁금해 했다.

이번 유럽방문을 통해 어떤 분야의 세계화를 하더라도 직지를 앞세운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신흥공업국, 갑자기 이뤄 낸 ‘IT 강국 코리아’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뛰어난 지식정보전달 수단인 금속활자를 발명했던 나라, 그런 선조들의 위업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는 문화 강국임을 먼저 알리는 것은 바로 상품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거 대단한 겁니다’라는 외국인의 감탄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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