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사회생활을 해오며 집회와 시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루를 열심히 살고 내 앞가림을 잘 하면 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의 상인회장을 맡고 지역의 상인연합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이 후부터는 열심히 살고 내 앞가림만 잘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본분을 다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회는 견제와 조정이 필요해 국가의 존립기반인 헌법을 준용하며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수행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상인회장직을 수행하며 집회와 시위를 주관해야 했으며, 상인 의견을 수렴해 공명정대하게 때로는 남의 욕을 들어가면서도 다수를 위해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집회와 시위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 발걸음이 쉽지 않았는데 지난 15일에 있었던 하이닉스공장의 청주 유치 촉구대회는 내게 즐거움을 줬다. 내가 25년을 장사하며 항상 즐겼던 손님을 모시고자 분주한 우리시장의 아침을 보는 듯한 집회였으며, 피켓에는 ‘물러나라’ ‘각성하라’가 아닌 ‘사랑해요’ ‘환영해요’ 등 정겨운 문구가 이어진 환영대회였다. 하이닉스 공장이 청주에 유치 되면 고용창출효과와 함께 지역에 돈이 돌게 되고 경기가 좋아지게 된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을 집회장으로 불러냈으며 그 하나의 사실로 청주가 들썩거렸다. 지역에 많은 일자리가 있어야 함이 중요하고 지역에 돈이 도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함이 중요함을 느꼈다.

내가 연수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자기 자식에게 가게를 물려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일본 사람들의 사고와 지역단위의 유통체계를 준수하고 있는게 색다르고 부러웠었다. 지역마다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주민들의 단합이 남다름을 느꼈다. 이러한 지역사랑의 전통마련이 시급한 게 아닐까. 지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감에 따라 농촌에는 노인들 밖에 없으며 지역의 중심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점점 한산해져 감을 볼 때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절대적인 명제로 떠올라 있다.

내 임무는 무엇일까. 바로 지역에서 돈이 돌게 하는 것이 나의 어깨에 놓여져 있는 임무 인 듯하다. 이마트, 홈플러스로 대변되는 대형유통기업에 들어가는 돈은 서울로 올라간다. 재래시장은 지역경제에 있어 돈의 순환을 일으켜주는 중심지로써 역할을 담당하며 대형유통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재래시장이 취급하는 상품은 주로 청주인근에서 취합된 농수산물이며, 지역의 중소제조업체가 생산한 공산품을 취급하며, 시장의 종사원은 청주시민으로서 이곳 은행에 예금을 적립하고 있다. 지역내 재화와 용역이 교환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지역의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색을 느끼게 해주며 고장의 자랑스런 생산물을 지역의 사투리로 소개하는, 아침마다 내 상점을 쓸고 가꾸는 전통을 창출하는 곳이 시장이어야 한다. 청주 시민들은 그 어떤 지역 사람들보다 지역사랑의 마음이 강하다. 대형마트를 제쳐두고 추운날씨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재래시장을 찾아주는 이웃들에게 상인들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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