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일곱 번째 해가 떠올랐다.

세밑이 내성(內省)의 철이라면 처음 달은 희망(希望)의 철이다.

새로운 도약과 전진을 꿈꾸며 지난해의 미진함을 반성으로 갈음해 본다.

다사다난했던 2006년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선정됐다. 밀운불우는 주역(周易) 소축괘(小畜卦)의 괘사(卦辭)에 나오는 말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정칟경제, 북한 핵실험 등 불안한 동북아 정세 등이 가장 큰 배경이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어떤 일을 해도 어긋남이 없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해가 되길 소망한다.

삶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고통으로 번민하지 말며, 실의에 빠지지도 말고, 오늘의 아픔에 좌절하지도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네 이웃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싸늘해진 거리를 한손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들고 가는 엄마와 손을 잡고 모듬발을 한 어여쁜 꼬마 여자아이가 엄마에게서 천 원짜리 한 장을 벙어리장갑 낀 손으로 건네받아서는 삶에 지쳐 길 한가운데 누워 있는 어느 할머니께 드리고 흐뭇한 듯 웃으며 엄마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즐겁게 이야기한다.

가난을 대물림 받은 달동네 허름한 흙벽돌집, 그 곳에 어린 계집아이는 오늘도 앓아누워 계시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죽을 쑤어주기 위해 부엌 한켠에서 덜그럭 거리며 어색하고 더딘 칼질로 무언가를 자르고, 그 손녀 계집아이를 할머니는 벽에 반쯤 기대어 열린 쪽문 틈사이로 어린 손녀의 모습을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안쓰럽게 쳐다본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복지시설의 창가에는 자기를 버리고 간 자식들이 언제일지 모르는 당신의 죽음에 앞서 행여나 찾아 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창문 밖을 외롭게 바라보는 쓸쓸함이 뼈 속까지 파고든 노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아이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고 있는 부모의 사랑을 애타게 목말라하는 아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시골의 한 보육원, 아빠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금방 데리러 올께’라는 말만 믿고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는 한 소년에게 이젠 기다림이라는 것이 너무나 지치고 힘겹다.

이러한 시간, 나는 가족과 함께 풍요롭진 않지만 서로간의 정을 나누기엔 충분한 저녁식사를 맞으며 이 일용할 양식을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리는 이 순간 어려운 이웃에게 이 넉넉함을 나누지 못했다는 나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에 가슴이 저려와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식사를 물리고 거실로 나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본다.

나의 가족과 이웃에 대한 부족한 관심, 다른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나눔의 삶들, 이러한 것들이 사랑은 아니더라도 정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아량조차 인색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을 반추해 보게 됨은 아마도 새해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처럼 찾아온 ‘황금돼지의 해’라 하여 모두가 풍요로움을 기대하는 새롭게 맞이한 정해년 새해, 이웃의 작은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 ‘천하(天下)에 가장 행복(幸福)한 삶’이 아닌가 생각하며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모든 이웃들과 보다 아름답고 넉넉함이 함께하는 평화로운 한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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