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모토가 되는 사회인 듯하다. 직장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일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치가들은 나만의 눈에 띄는 성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사하는 상인들은 뭔가 새로운 ‘대박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과연 새로움이란 무엇일까. 새로움이란 항상 정리 가운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던 1970∼1980년대에는 해외에서 보고 배운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었다.

무조건 도입하면 대박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무조건 도입하면 개선이었다. 하지만 보고 배운 것은 경험한 것보다는 깊이가 없는 것이란 사실은 우리가 IMF를 겪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서 나만의 노하우로 쌓지 않은 많은 것들이 무너졌으며 우리사회는 재도약하기 위해 경제와 사회에 있어 전반적인 재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부분에서 쉽게 예를 찾을 수 있다. 식용으로 도입했던 황소개구리가 우리의 토종생태계를 위협해 이들을 다시 제거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호수에 관상용 어종으로 도입됐던 블루길과 베스가 호수생태계를 위협하며 대표어종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런 현상은  충분한 사전고려 없이 도입한 해외 산물이 우리 생태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는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밖에 없었음을 나타내 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여기에 있다. 비약적인 경제·산업의 발전은 우리에게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것이 무엇이고 우리의 기반을 어떻게 구축해 미래를 건설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은 2007년 신년사에서 창조·혁신·도전·글로벌 경제를 강조했다. 모두 좋은 말이다. 창조의 기본은 과거와 현재의 정리에 기반한 것이다. 혁신은 미래에 대한 분석에 현재를 접목시키는 것이고 도전은 우리의 성실과 열정에 대한 지표이며, 글로벌 경제는 우리 고유의 비즈니스모형에서 이뤄야 한다는 뜻이면서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산업모형, 정보모형, 비즈니스 모형을 갖춰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국내 유통산업의 종사자로서 재래시장을 말하고 싶다.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돼 발전한 것이든, 3공화국때 상업지역 조성에 의해 생성됐든 간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유통산업의 중추를 담당했던 것이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 해외 유통기업의 각종 모형들이 국내시장에 등장하게 됐고 발전해왔다. 아울러 국내 프랜차이즈, 각종 브랜드 매장도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기반을 구축해 발전한 것들이다. 우리는 재래시장을 유통의 창업터전이자 국내 중소제조업체의 상품출시 장으로 국내 유통산업의 건전한 토양을 제공하는 곳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한 이러한 토양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를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정부에서 정치논리로 시작했던 재래시장 육성은 그 기반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체계적인 재래시장 육성이 논의되고 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상인들도 자극을 받아 서서히 혁신에 대한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사람이 재산인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한 것은 많은 상인들의 육성이요, 세계 속에 경쟁력 있는 상거래 모형을 구축해 전파하고 수출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기조를 ‘재래시장 육성에서부터 찾자’는 제안을 한다. 새해 벽두 충북도민들에게 ‘국민의 장터’인 재래시장에 다양한 비판과 건의를 해주고 아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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