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부는 제천현과 함께 조선시대 세련된 문화도시였다. 충청도는 청풍명월의 본고장이다.

조선시대 왕후도 두 명이 배출됐듯이 인정받은 인심순후의 지방도시였다. 사군(四郡)의 대표 고을이었다.

오늘날은 청풍면,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호반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청풍명월의 맛과 멋이 있다. 청풍에는 제천문화의 올곧은 뿌리가 살아있다.

청풍부의 한벽루는 선비적 꼬장함을 건축미로 보여주고 있다. 청풍문화재 관련 유산에는 남한강 상류의 멋과 충청도 양반의 품격이 남아 있다. 제천시 전통적 뿌리의 한 축은 청풍문화미라고 한다.

그만큼 충북도의 정체성과 제천적인 특성인자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찾아와 글을 쓰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청풍을 대표하는 석학은 수암 권상하라는 선비지식인이다. 그는 한수재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고 황강학파의 사상적 연원을 열었던 장본인이다. 우암 송시열의 주자학맥을 이어가면서 실학의 실천적 학풍에 대해 단초를 마련한 선비다.

그의 조카 옥소 권섭은 연시조 ‘황강구곡갗를 통해 이러한 선비적 기풍과 청풍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 안에는 선비의 강개와 풍류가 흐르고 있다.

청풍이 충주댐으로 인해 거의 지도에서 사라져 아쉬운 데다가 그 선비적 고향성을 물 속으로 가라앉게 해 더욱 안타깝다.

얼마 전에 작고한 노촌 이구영도 청풍이 물 밑으로 사라진 것을 몹시 슬퍼했다. 그의 책 ‘산정에 배를 매고’에는 이러한 심사가 담겨 있다.

어찌 눈에 보이는 유산만 사라졌겠는가. 보이지 않는 명품 선비문화가 무수히 사라진 것이다. 다시 살려낼 궁리가 필요하다.

최근에 청풍 브랜드를 살려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다. 지역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청풍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

제천지역 제천농고가 인문계 학교로 바뀌는 모양이다. 들리기로는 제천제일고로 할 모양이다. 제천농고의 변신을 위해 새로운 작명이 요청되는데 ‘청풍고(淸風高)’가 어떨까. 여러 가지로 타당성이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청풍고는 오랜 역사성을 지닌 제천농고의 뿌리를 담고 제천의 또다른 역사축인 청풍 고을의 정통성을 계승하자는 취지다.

관련 기관, 학부모 모임, 충북교육위원회 등에서는 반드시 검토해 볼 것을 권한다.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이름인가. 한 번 정한 교명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

더구나 다른 도시에서는 ‘○○제일고’를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 흐름이 더 많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청풍고는 제천시 교육의 새로운 전당으로 떠오르도록 시민들 모두 힘을 보태줘야 하는 학교다. 유구한 전통을 지닌 제천고와 세명고와의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명문으로 발돋움해야 지역의 미래가 밝다.

청풍의 선비적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지역발전의 또다른 산실로 거듭나는 청풍고, 이 얼마나 좋은가. 제천의 또다른 교육 브랜드다.

시민공청회라도 열어 공동선의 지혜를 모아보기를 제안한다. 제천시에는 아름다운 지명만 있어 좋은게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걸맞게 인물과 문화가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청풍의 무한한 에너지를 학교 이름으로 살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청풍고’의 이미지 정착도 이러한 문화적 기반에서 찾아봄 직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