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오랜 역사를 거쳐 오며 두 가지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장점은 선비의 정신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주장하며 나라의 위급함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앞장서는 애국정신이다. 단점은 삼국시대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지역의 특성상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청원군 초정리의 구녀성은 과거 삼국의 접경지역이었다고 한다. 경계지역을 놓고 밀고 밀리는 전쟁은 어느 날은 백제 땅이요, 어느 날은 신라의 땅이요, 어느 날은 고려의 땅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은 주민들에게 숨죽이며 눈치 보는 습관을 만들어 준 계기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지역정서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충북은 오랜 기간을 공화당, 민정당을 이어오다가 JP의 전성시대에는 자민련으로, YS 정부에는 민자당으로, DJ 정부에는 민주당으로 노무현 정부에는 열린 우리당으로 지지세를 바꿔나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영남이나 호남지역과 비교를 해본다면 원칙 없는 정치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는 사전여론조사에서 이원종 전 도지사의 지지율이 75%라는 조사발표가 있었다. 그 당시는 당연히 출마해 당선하리라는 것을 그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친분을 쌓으려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대단했다. 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진을 위해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양상은 달라졌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의 새로운 후보자에게로 바람에 티끌이 날아가듯 지지 세력이 옮겨간 것이다. 이미 새로운 후보가 결정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정당인들의 발길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정우택 도지사도 임기를 마치고 여운을 남기거나 또 다른 진로를 선택해 지역을 떠나게 된다면 과거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은 명백한 일이다.

이렇듯 권력지향적인 해바라기적 정치성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목적달성을 위해 노력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영남과 호남을 지역갈등의 요인으로 보기보다는 권력을 잃었을 때 스스로 뭉치고 내일을 기약하는 그들의 정치성을 손가락질 하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신 없고 색깔 없는 정치세력, 그들이 충북의 정치세력들이다. 충남은 오로지 JP라는 인물 하나에 매달려 실세정치인으로 역할을 하게 했으며 실리를 챙기는 지혜를 보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만들어 놓은 수도이전의 기틀을 JP를 통해 실현시킨 충남도민들은 같은 충청도이기 이전에 백제라는 중심국가의 기상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충북처럼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신라와 고려를 상대로 싸워 이기고 나라를 지켜온 장본인들이다.

충북의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노무현 정부에서 이룬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수도의 이전을 위한 기반 계획은 이미 10여 년 전 부터 진행돼 왔음을 알아야 한다. 충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충남의 JP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그 순간 충북으로 향하던 고속도로는 방향을 바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었으며 충북을 거쳐 가던 서울~호남 고속도로는 천안~익산고속도로에 의해 수 십리 밖으로 멀어져 국가기간교통망의 접근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공주를 중심으로 건설하는 교통중심 망을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이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교통중심 망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충북은 지금 국토발전의 핵심에서 멀어져가고 있음을 하루 빨리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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