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갈곳 없고 쉴 곳 없는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노총각인 홍자윤(37)법사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늘 가까이 하는 청소년들 이외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상당구 수동 우암파출소 앞 달동네 입구를 거쳐 한참 더 올라가면 40평 남짓한 사단법인 ‘디지털 청소년 열린 상담실’을 찾아야 한다.

‘열린 상담실’은 동네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24시간 무료 개방, 인터넷을 통해 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등을 맘껏 즐기고 음악을 감상하며 배가 고프면 라면도 끊여먹는 ‘청소년의 천국’이다. 또 만화책과 잡지, 소설 등 이들만을 위한 3천여권의 책도 소장돼 있기도 하다.

게다가 대학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 분야별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매년 4차례 실시하는 문화유적지 답사, 방학 때는 체험캠프 등 공동체 행사를 통해 호연지기를 배우고 있다.

지난 89년부터 홍법사가 불교의 귀의했으나 속세를 벗어나지 않고 청소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 후 자신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고행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가난했던 유년시설을 우연한 계기에 떠올라 청소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는 결심에 도달했다.

그는 “청주의 한 산사에서 포교활동을 하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 등으로 쫓겨난 것을 계기로 부처님 말씀을 전하면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매일 3시간 기도, 두끼식사라는 ‘청빈생활’을 시작됐다.

우연한 계기로 홍법사의 뜻을 알게된 한 불자가 사재를 털어 집을 마련해줬고 후원자들도 하나 둘 늘어나 십시일반의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작지만 마음만은 풍성하고 그들만의 천국인 공동체의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8월 현 위치로 확장 이전한 청소년을 위한 쉼터는 하루 50여명의 고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그는 “평생의 직장인 공직을 버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불교에 귀의한 자식을 미워하던 부모도 지금은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며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극복해나가는 청소년들이 미래의 꿈을 맘껏 펼쳐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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