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분위기도 세월을 탄다.

어려워진 경제 탓일까 아니면 문화의식의 변화 때문일까.

과거 ‘부어라 마셔라 불러라’ 하는 식에서, 이제는 다소 생산적인 이벤트나 축소된 만남의 장으로 조금씩 그 형식이 눈에 띄게 바뀌어 간다.

다 그만그만한 성격의 만남이고 진행형식도 엇비슷한지라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 좀 바뀌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해마다 어쩌지 못하며 심신이 고단한 12월은 보냈다.

나도 거기에 맞물려 올해도 이만큼 왔다.

벌써 몇 차례 ‘부어라 불러라’ 하며 대리운전 축소 다이얼을 수도 없이 눌렀다. 그래도 명색이 방송제작 한다는 사람인데 이렇게 습성에 기대 늘 같은 방향으로만 갈 수 없다 싶었다.

그래서 근래 나는 내가 대표로 있는몇 군데 모임부터 우선 조금씩 송년행사의 변화를 모색했다.

우선 초등학교 모임은 과감히 송년행사를 폐지했다. 대신 신년 정초에 신년인사를 겸한 모임으로 간단히 축소해 가기로 한 것이다.

몇몇 임원들과 결정해 통보해 놓고 나서, 혹여 ‘반갑다 친구야’표 우정 전선에 흔들림이 있으면 어쩔까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서운할 만큼 친구들은 대부분 크게 환영하는 눈치다.

또 하나는 불교대 동창회 모임인데 자체 ‘송년의 밤’대신 전체 총동문회 행사 때 얹혀 함께 가기로 했다.

엊그제 끝난 이 행사 역시 대 성공이었다. 소위 이중 과세도 면 한데다 ‘총동문 송년의 밤’을 겸한 의미 있는 동창회 모임임을 집중 고지해, 전체 기수 중 우리 기수가 제일 많이 참석 할 수 있었다.

먹거리도 풍부했고 많은 동문들로부터 받은 칭찬일색의 모임 분위기였다.

게다가 우리는 사전에 기수별 장기자랑을 염두에 두고 회원 중 사물과 민요 배우는 몇 분을 집중 연습시켜 준비해 뒀다. 장기자랑은 물론 우리 기수의 우승이었다.

상금으로 기금도 조성하고 결속도 다지고 소위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기분 좋은 송년의 밤을 보냈다. 또 다른 모임 하나는 송년 타종식을 겸한 한 행사의 밤을 통해 대신 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방송국 행사로 ‘송년특집 포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도종환 시인’과 ‘민들레의 노러같은 지역 예술인들의 시와 노래.

그리고 초대손님 ‘정태춘·박은옥’이 꾸며 가는 시와 곡조의 어울림이 있는 의미 있는 송년의 밤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늘 그랬듯이 우리는 9층 구내식당 너른 홀로 가서 평가회를 겸한 조촐한 송년 파티를 열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뜨겁고 얼큰한 동태찌개에 막걸리를 부으며 또는 고소한 기름내 나는 절편이나 늦은 잔치국수를 먹으며 한 해를 정리할 것이다.

내 사랑하는 직장동료들과 내 존경하는 순후한 이 지역 예술인들과 이슥토록 우리는 먹고 떠들며 유쾌한 송년의 밤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며 우리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와 즐거움과 사랑을 얘기 할 것이다.

나는 한때 사람으로 인한 상처로 인해 한동안 사람들을 멀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도 사람으로 인해 다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읽은 ‘혜정 선사’의 송구가 여운으로 남는다.

“땅으로 인해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하나니 그때 땅이 너에게 무어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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