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졸업시즌이 됐다. 지난주에 청원군 내수읍의 신바람청춘대학의 3기 졸업식이 거행됐다. 3월에 입학식을 행할 때엔 국기에 대한 경례를 머리가 땅에 닿도록 한 할머니 학생이 있어 웃지 못 할 정경이 벌어졌었는데 졸업식을 행하는 자리에서 또 한 번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재욱 청원군수의 축사가 끝나자 박수로 화답하려 하는데 식장 한가운데서 학사모를 쓰고 앉아있던 한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씩씩하게 청원군수 앞으로 행진했다. 다들 웬일인가 하는 눈초리로 긴장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게 누구여! 00친구 아녀~?” 하는 것이었다.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졸업식이 거행되기 전에 두 번씩이나 리허설을 했건만, 얼마나 반가왔으면 졸업식장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인 줄도 모르고 그랬을까. 할머니의 아들이 청원군수와 초등학교 친구였던 모양이었다.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한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이 노인대학에서 노인교육이라는 커리큐럼을 통해 할머니들은 1년간 실력을 갈고 닦았다. 실력은 차치하고라도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장에서 의식을 거행하며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으리라 생각된다.

노인교육이라 함은 형식적인 정규교육이 아닌 평생교육의 범주에서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노인에 대한 교육의 3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노인교육을 말할 때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사회교육을 일컫는다. 현대사회에서 노인교육의 필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화됐다. 그 이유는 첫째로 평균수명의 연장을 들 수 있다. 늘어만 가는 노년기의 기간은 성인기의 왕성한 활동을 하던 기간만큼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단순히 여가문화의 한 방법으로 만이 아닌 계획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 순응하기 위함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노년기에 제2, 제3의 인생 및 경력을 쌓기 위해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신기술과 새로운 전공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노인교육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 태화사회관의 평생교육원에서 개강한 노인학교가 최초로 알려진다.

이후 1973년 서울 명동카톨릭회관에서 개강한 덕명의숙, 1974년 서대문구문화촌의 인왕노인학교, 1977년 연희노인대학 등 노인학교 또는 노인대학이라는 명칭으로 노인 교육기관이 확대됐고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한노인회를 중심으로 정착하게 됐다. 오늘날 종교단체를 비롯해 각종 사회단체 및 지역사회의 유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노인대학은 부지기 수이여 노인복지관 주최 또는 대학의 사회복지 관련학과가 주최하는 노인대학 등 운영기관도 다양하고 수혜자의 폭도 넓고 다양해졌다. 노인교육의 내용은 소위 노인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교양강좌 플러스 문화강좌 외에 여가선용 프로그램으로 행해지는 단편적인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취업과 관련한 사안들이 이슈화 되면서 취업과 관련한 강좌들도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어 건강한 노인 육성에 이바지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다.

고령화사회에서 이 노인교육은 단순히 노인들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노인교육에 참여하는 노인학습자들이 많아질 때 노인문제로 야기되는 현상들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사람의 요양환자 노인 1인에게 드는 비용이 년간 200여명의 노인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비용과 맞먹기 때문이다. 노인대학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심신건강한 노인을 만드는 일이고 기저귀찬 상태의 와상 노인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노인복지 정책면에서도 이득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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