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은 없다--김호성 < KBS 청주총국 아나운서 >
무심천은 없다--김호성 < KBS 청주총국 아나운서 >
  • 충청매일
  • 승인 200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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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태초의 길이다. 그들이 가장 낮은 곳으로 쉼 없이 몸을 뒤채며 이뤄낸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곡선의 길이다.

사람들은 그 물길에서 많은걸 얻어가며 더불어 살아 왔다.

마실 물을 얻고 농사를 짖고 물고기들을 구했으며 강변 나무그늘에서 쉬어갔다. 그리고 강을 바라보며 시를 짖고 그림을 그리고 그곳에 나가 고단한 일상을 접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무심천은 물길이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물이 가야할 도로인 것이다.

그 물길 위에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다리를 놓아 건너가고 물길로 다시 길을 놓아 다니기 시작했다.

하천 둑은 물이 지나며 흙이 밀려 자연스레 생겨난 흙 언덕길이다.

따라서 물 옆 둔치나 하천 둑은 온전히 물길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게 자연의 순리이며 강의 제 모습이다. 또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생태 하천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그런 강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값으로 정할 수 없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물길이 도심 속을 통과하면서 또는 그 물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사람들은 물길을 마음대로 잡아 고치고 하천 둑을 크게 쌓아 넓히거나 시멘트를 퍼부어 난도질을 했다. 물길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하천둔치는 우리 것이 아니다.

둔치는 흐르는 물이 더럽혀진 몸을 씻고 몸을 불려 각종 동·식물을 키우며 쉬어 가는 안식처 같은 휴게실이다.

하천 둑방도 물론 그러하다. 그곳들은 온갖 동·식물이 물과 머물며 어우러져 이뤄낸 대지의 허파 같은 곳이고 생태계의 징검다리 같은 곳이다.

청주시의 무심천 동로 확장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명분은 원할한 교통소통이다. 많은 시민들은 우선 그 소통이라는 달콤한 사탕 맛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데 왜 꼭 무심천도로여야 할까.

왜 무심천 하상도로여야 하고 동로 서로로 이름지어진 비좁은 둑길 이어야 할까. 물론 넓은 도로는 편리하다.

그 도로가 도심 한가운데를 거쳐가는 도로이면 도시민들은 그곳을 필요로 한다.

주지하듯 넓고 빠른 도로의 기능은 원할한 교통소통이다.

우매한 궤변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이렇게 바꿔 생각해보자.

교통소통은 도로가 있어야 한다.

도로가 없으면 교통문제도 없다.

그리고 큰 도로가 있거나 새로 생기면 자연스레 차량들이 몰리게 돼 있다.

그것이 운전자의 습성이다.

그렇다면 저 아름다운 무심천 위에 더 이상 도로확장공사를 하지 말아 보자. 지금의 도로가 비좁다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아 갈 것이다.

우회도로로 가거나 그 옆의 교서천 복개 길을 가거나 사직로를 이용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도심 한가운데로의 차량진입을 자제할 것이다.

이런 방법들이 대부분 선진국 대도시가 펼치는 수요관리중심의 도심 교통정책인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세계의 도시들은 대개가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민참여를 유도하며 구도심을 보호하고 공원을 보호하며 도시 속 하천을 원초적 생태하천으로 가꿔 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 청정 도시, 청주 시민들은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해야 한다.

무심천을 무심히 흐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8차선 도로나 고가도로 아래의 큰 하수구로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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