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출국해 지금 일본에 있는 필자는 후쿠오카라는 큐슈의 한 현청소재지에 있다. 이곳의 실버인재센터를 방문한 직후 느낀 소감을 통해 일본 노인들의 직업의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버인재센터란 우리나라의 ‘시니어클럽’과 비슷한 기관으로 노인의 일자리를 관장하는 기구다.

1973년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설립되기 시작한 실버인재센터는 퇴직이후 고령자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시작 당시에는 고연령자 사업단이라는 이름의 자발적 조직체였는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1986년 ‘고령자 고용안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군·구에도 생겨 현재 전국에 1천800여개의 조직을 두고 있다.

현재 이곳 후쿠오카는 인구 140만 명 중 노인인구가 30만명이고 실버인재센터에 등록된 회원수는 6천명 정도이다. 2005년 말 현재, 등록된 회원이 5천938명이었고 실제 취업한 노인수는 4천695명으로 79.1%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25억앤(현재 앤화 가치는 우리나라의 8배)으로 이것을 월평균 수입으로 계산하면, 1인당 월평균 3만2천500앤(약25만원)의 수입이 된다.

한 사람의 수입으로 볼 때 별것 아닌 수입이고 “그까짓 것 벌기위해 무슨 일을 하나”하겠지만 전국의 1천800개소의 노인 일자리사업단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이 하는 일자리는 7개 분야의 4, 50개 직업이 있는데 그 중 고소득을 올리는 분야는 정원 수목 전지와 목공, 칼갈이의 직업이고, 가장 많은 일자리는 지하철역 앞의 자전거 거치대 관리인으로 약 600여명이 활동한다고 한다. 칼갈이 직업은 1일 평균 8천앤의 고소득이고 자전거 거치대 관리인은 월평균 5~6만앤 정도의 소득(1일 3~5시간, 월 15일 일할 경우)이 된다고 한다. 참고로 1일 자전거 거치비용으로 1천앤씩 받는다.

실버인재센터는 사단법인으로 60세 이상 노인이면 가입할 수 있고 연회비 1천800앤이 드는데 이 비용과 시의 보조금을 합쳐 2천860앤의 상해보험을 가입해 4대보험 대신의 보장을 받는다. 회원의 구성을 여자 약 2천명, 남자 4천명으로 남성노인이 2배가 된다. 전직 직업별로 볼 때 회사원 80%, 공무원 10%, 자영업 10% 정도다. 고학력과 관리직 출신들이 회원가입을 해도 그 순간부터 평사원의 신분으로 생활하는 그들은 하찮은 일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감과 만족감 역시 높다고 한다. 주로 몸수고를 많이 하는 직업임에도 애시 당초 회원이 되는 순간부터 그렇게 할 각오로 모여든 노인들이기에 직업의식교육을 특별히 하기 보다는 실버인재센터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자신이 청소하고 관리한 공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취할 때, 일을 통한 생의 보람을 얻는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 노후의 30년을 무엇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해줬다. 물론 우리의 현재 노인과 다른 점은 그들은 노후연금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러한 노인일자리가 있다는 점이긴 하지만….

오늘날 고령인구의 증가 및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후의 삶의 과정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즉 인생의 말년 운이 한 사람의 총체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 새로운 지표가 되고, 그 말년 운은 곧 노인일자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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