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에 한해 농사로 목돈을 손에 쥐는 농촌이 시름에 잠겨 있다.

한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벼 수매 반발은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표류하면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출하시기를 놓친 배추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온데 따른 가격폭락 때문이다.

과수농가도 재배면적 급증으로 과잉생산되면서 농약값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배 농사를 비롯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사과는 그나마 작황이 부진해 실질적인 농가수입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증산위주의 정책에서 갑자기 재고물량이 넘친다며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정부의 쌀 정책 전환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시작된 벼 수매가 한달을 넘겼지만 적정수매가를 요구하는 농민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추곡수매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현재 98만석 목표에 39만석이 수매돼 40%의 수매율을 보이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61만석 수매가 계획된 산물벼는 38만석(수매율 62%)이, 연말까지인 건조벼는 37만석 목표에 1만석(수매율 3%)이 각각 수매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3일 괴산군농민회원들이 괴산군민회관 앞에서 쌀 수입반대와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진데 이어 5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진천군 농민단체 회원 300명이 진천읍 백곡천둔치에서 농민대회를 열었다.

6일엔 음성과 청원지역에서, 7일엔 충주시와 제천군농민회가 집회를 계획하는 등 도내서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김장배추를 재배한 농가의 ‘속앓이’도 농심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도내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1천118㏊로 총 10만5천t이 생산될 것으로 도는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내 소비량은 3만t 정도로 나머지 8만5천t은 다른 지역에 판매해야 할 형편이어 과잉물량에 대한 정부의 최저보장가격 ㎏당 65원 보상제시는 농민들의 가슴을 더욱 짓누르고 있다.

매년 사과보다 배가 높은 값을 받자 배나무 식재가 늘면서 올해는 배가 과잉생산돼 11월1일 기준으로 지난해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15㎏들이 한 상자당 1만8천500원하던 것이 올해는 1만6천원으로 하락했다.

사과는 15㎏ 한 상자에 지난해 1만7천500원보다 7천원이 오른 2만4천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흉작으로 수익증대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한 과수농의 설명이다.

괴산군 청천면 금평리 김모(42)씨는 “농작물값이 예년에 비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가을 목돈을 기대하던 농촌풍경이 삭막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봄에 대출받은 영농자금 상환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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