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역의 모둠살이가 좋아야 국가의 경쟁력도 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건전한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이다. 지역을 잘 안다는 것은 ‘고향’이기에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것과 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향이든 제2의 생활근거지든 고향성(故鄕性)을 염두에 두고 지역을 공부해야 한다.

향토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뜨겁게 자신이 사는 곳을 온 몸으로 좋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사는 자체가 아름답다. 그렇지만 정작 지역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더러 이런 마음으로 살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지방과 중앙, 그 거리는 너무나 크다. 떠나고 싶은 지역이 아니라 사랑하고 온 몸으로 느끼며 살고 싶은 지역으로 거듭나게 만들 지혜가 필요하다. 충북의 도농(都農)도시 구조상 이 점은 정책적으로 대안이 요구된다.

가장 구체적인 처방이 지역학(地域學)의 정립과 교육이다. 지역학은 그 지역의 고유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연구해 체계화하고 이를 지역현안과 연계하는 지자체 핵심 학문이다. 지역학의 경쟁력은 그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 현실은 어떠한가. 충북학, 청주학, 충주학, 제천학, 단양학 등의 이름조차 생소하다. 지역지도자의 인식이 바뀌고 이를 추진하는 지역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학의 활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역학의 교육과 실제 적용에 대한 여건이 그리 나쁘지 않다. 예컨대 제천이나 단양이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다. 평생학습센터를 개관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역민들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평생학습 핵심 교과목이 지역학으로 자리잡을 때 지역의 현안을 여러모로 풀어갈 수 있다. 지역학 과목은 지역의 문예유산, 전통문화, 대표인물, 향토사, 사회변화, 물질민속, 경제지식 등 다방면의 지역자원을 가르치고 이를 다시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 전파함으로써 고향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이해시키는 데 있다. 이 얼마나 소중한 학습내용인가. 그런데 지역학의 정립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고, 관련 공무원이나 지역교육자들도 고민을 온전히 하고 있지 않다. 인근 지역대학들과 연계해 전문지식의 수혈이 필요하고 출향인사들의 다양한 전공지식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역학,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서 삶의 에너지를 주는 샘물과 같은 지역창조학이다.

가장 그 지역적인 것의 진정성(眞情性)을 알 때, 지역사랑은 물론 세계적인 상품의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명품 지역 만들기는 지역학의 진면목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껍데기 지역문화 공부로는 안 된다. 지역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평생학습의 기본으로 연결할 때 지역민은 감동에 빠진다. 감동할 때 지역의 감성세계 곧 지역자원의 솜씨, 말씨, 맵씨, 마음씨를 느끼고 깨닫는다. 우리는 이러한 지역학의 속살을 한 번도 배운 바가 없다.

지역학을 바로 세우자. 지역발전의 원동력도 지역학에서 나온다. 지역학의 전문가를 키우자. 도지사, 시장과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지역지도자의 필수과목이 지역학이다. 심지어 관광업계 교육이나 민방위 교육 등에도 지역학 강좌를 넣자. 지역 인사들 연찬회의에도 반드시 지역학 특강을 마련하자. 그 지역을 바로 아는 길은 지역의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다. 그 중심에 지역학이 있다. 충북 도민들이여 지역학으로 천년만년 충북 사랑의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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