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손님을 맞는 문화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다.

한국사람들은 밖에서 주로 사람들을 만나는 반면, 서양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손님을 만난다.

서양사람들은 가정에서도 외부와 같이 신발을 신고 넥타이를 매고 있는 공공의 장소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도 자연스럽다.
다만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실만큼은 외부인들을 철저히 차단한 채 열쇠로 잠가 놓는다.

여간 친하지 않고서는 침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한국인들은 뜨락에서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는 문화다.

방에 들어가서는 가벼운 옷을 입고 편안한 자세를 갖춘다.
이는 서양사람들의 침실과 같은 개념으로 사적 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집에서 생활할 때 편안한 옷을 있는 반면 외출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런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과거 한국사람들은 단절된 사적공간 대신에 만남의 장소로 이웃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던 곳이 사랑방이었다.

사랑방은 집밖과 연결되고 본 채와는 격리된 공공장소였다.
사랑방은 대가족 개념이 붕괴되면서 없어졌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가옥 구조가 개량화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근대화가 이뤄지면서 그 사랑방의 역할을 다방(茶房)이 차지한 것이다.

1950∼60년대 초창기 다방은 낭만적 공간이었다.
1970∼80년대에는 대중화되면서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최근 대도시에서 다방(휴게음식점)을 찾기가 힘들다.
반면 농촌에는 그 수가 줄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농촌 다방이 ‘티켓다방’이란 오명을 뒤집어 써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여전히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다방문화가 유달리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국사람들이 집 살림에 비해 낫게 보이려는 표리(表裏)에서 출발한다.
한국사람들은 집에서 헐렁한 옷을 입고 있지만 외출할 때 좋은 옷을 입는 것 같은 맥락이다.

또 대문은 잘 도색 돼 있지만 집안 뒤쪽은 지저분하다든지, 집 앞은 잘 포장돼 있지만 뒷골목으로 가면 파손된 도로가 많은 것과 같은 경우다.

그 표리의 대표적인 예는 가정에 비치돼 있는 전집류일 것이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읽지도 않는 책이 장식장에 영락없이 꽂혀 있다.

또 피아노를 칠 사람이 없는 데도 피아노가 거실에 놓여 있다.
이는 한국인들이 남에게 잘 보이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 단적이 예다.

이처럼 사랑방 등 교제공간 부족이 한국 특유의 다방문화를 상승, 발전시켜왔다고 해도 대과가 없을 것이다.

현재 충북도내 다방은 750개다.
과거에 비해 절반이나 감소했다.

다방이 있던 그 공간에는 패스트 푸드점과 PC방 등 디지털 문화가 점령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가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쉬운 것은 사랑방 같은 낭만적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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