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으로 물든 교정에서 야외수업이 진행중이다. 함박 터져나오는 웃음. 동급생끼리 연령차가 20세에 가까운 1학년들의 사회학개론 시간이다. 18세의 여학생과 36세의 울산시 사회복지시설 직원 방기영씨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 정도 나이 차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현직 서울대 교수는 물론 곧 고희를 맞는 대학 이사장이 직속 2년 선배.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을 배우고 다시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교.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세계 4번째 사회복지 특화대학으로 문을 연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총장 이동호·충북 청원군 현도면 상삼리387·☏043-270-0100)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99년 개교와 함께 입학해 세상을 놀라게 한 유성종(69) 주성대 이사장은 재학생 가운데 가장 높은 ‘고참’이다. 올해 2월 3학년 편입학에 성공(?)한 서울대 심재기(63·국문학)·숙명여대 이인복(64·국문학) 교수 부부는 면접시험 담당교수로부터 2년 뒤 개설되는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았으나 굳이 학부 편입을 고집해 신참 편입생이 됐다.

수자원공사 임원을 지냈던 김택구(58)씨는 1학년 중 가장 나이 많은 늦깎이 대학생. 그 뒤를 이어 처절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투병생활을 8년째 하고 있는 유방암 3기 환자 이주실(56·연극인)씨가 2학기째 강의를 듣고 있다.

이 대학 재학생의 연령대는 18세 23명, 19세 75명, 20∼29세 87명, 30∼39세 16명, 40세 이상이 22명. 나이 많은 이들은 젊은 동급생들이 어려워하는 한문 개인교습을 자청하기도 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바른 학업의 길을 제시해 준다.

사회복지학을 배우겠다고 나선 이들 청·노년층의 학생들의 공통분모는 ‘사랑’으로 모아진다. 더욱 값진 사랑의 실천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여생,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 또 우리 사회의 복지를 꽃피우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학풍을 일궈낸다.

이 대학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수시 2학기모집 원서교부와 12월 13일까지 정시모집 ‘나’군 원서교부에 들어갔다. 다음 학기에도 사랑을 배우기 위해 모여드는 ‘꽃보다 아름다운’ 신입·편입생들이 캠퍼스를 물들일 것이다.

3학년 이순남(25·여)씨는 “집안의 3대가 한자리에 모인 것 같은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을 위한 배려와 봉사, 사랑을 배운다”며 “젊은 신입생들이 어른인 동급생들에게 가르쳐주는 신세대 문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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