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충북지사에게 듣는다 <1> 정 종 택

   

올해는 ‘충청북도’가 태어난 지 110년이 되는 해다. 1896년 지방행정조직이 13도로 재편되면서 태동한 충북은 전통적인 농촌지역에서 지식정보산업(IT)과 생명공학산업(BT)을 선점하며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 새로운 충북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서 한국을 견인·선도하는 핵심지역으로 탈바꿈한 충북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기업 중심지인 ‘경제특별도’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충북의 번영과 발전, 도민 모두의 행복과 기쁨은 150만 도민 스스로 만들고 가꿔가야 할 과제다.

충청매일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역대 충북지사들로부터 충북 발전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는 ‘역대 충북지사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마련해 연재한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새로 취임했다. 선배의 입장에서 보는 정 지사는 어떤 지사인가.
“행정고시 출신이자, 경제분야에서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고, 국회의원 활동을 통해 정치적 식견과 지도력을 인정받은 만큼 충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음이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소신과 확신이 담긴 도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박력있게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선배로서 흐뭇하다. 충북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충북도가 민선4기 들어 ‘경제특별도’를 천명하고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꾀하고 있다. 경제부흥에 집중했던 1970년대 후반 충북도정을 이끌어 왔던 선배 지사로서 조언을 한다면.
“정우택 지사가 경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충북의 새로운 발전과 성장을 준비하는 것은 사회 흐름이나 지역 특성에 비춰볼 때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 정 지사는 이를 위해 활력있는 경제, 균형있는 발전, 살기좋은 농촌, 함께하는 복지, 참여하는 문화를 5대 도정 방침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점과제와 세부사업도 마련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는 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론 이뤄내기 어렵다. 150만 도민 모두가 하나돼 이끌고 밀어주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오창과학산업단지나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 청주국제공항 등 충북지역의 산업 기반을 적극 활용,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재 양성이다.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발굴·육성, 이들이 각계에서 충북 발전을 견인해 나갈 수 있도록 양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정리하면 명확한 목표 설정과 강력한 실천의지, 기반시설의 적극 활용, 인재 육성 등 크게 네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충북도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청주국제공항이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청주공항은 국제공항 기능을 갖춘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국토의 내륙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등 간선 철도와 경부·호남·중부고속도로는 물론 주요 국도가 분기되는 교통의 요충지며, 수도권 교통혼잡에 따른 물류기지로서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불과 30여㎞ 떨어져 있어 그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청주공항의 기능은 허울 뿐이다. 청주공항은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 수도권의 인구 분산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 하나 장점을 꼽으면 산자수명한 내륙관광문화권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대청호와 충주호 등 풍부한 수자원을 지니고 있는 면도 충북도의 장점이다.”

▶평소에도 청주공항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데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여객 측면에선 세계 10위권, 화물처리량만 보면 세계 3위권에 든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접근로가 고속도로 단 하나여서 접근성 면에서 문제가 있고, 바닷가에서 발생하는 농도짙은 안개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또 여객이나 물류 수송 면에서도 시간적·경제적 낭비요인이 많다. 인천공항 때문에 발생하는 물류비용이 연간 19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낭비요인이 많다. 반면 청주공항은 국토의 중심에 위치,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으며, 충북선과 고속철을 연결하면 서울에서 5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청주공항 활성화는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행정도시 관문공항이자 인천공항의 배후공항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취항 노선 확대가 시급하다. 우선적으로 일본 노선을 청주로 이관, 일본거점공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활주로와 계류장 등 공항 시설도 확충, 이용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 공군전투비행단의 이전도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충북 발전을 위해선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지역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선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고 실현하는 동력은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인재 양성이 전제돼야 한다. 또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서로 협력할 때 힘이 극대화되고 파급력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과거 내무부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지역 출신 선·후배 결연운동을 벌여 왔다. 당시 나도 문광삼이란 서울대 법대생(현 부산대 법대 교수)과 결연, 대학 4년간 등록금을 지원했다. 안병우 충주대 총장이나 임동철 충북대 총장도 학생 시절 도움을 준 후배들이다. 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쁘고 행복하다. 이렇듯,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고 후배는 선배의 뜻을 따라 지역을 위해 일하는 연결고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때 지역발전에 큰 밑거름이 된다. 현재 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인재 육성에 대한 필요성과 사명감 때문이다. 사회 각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출향 인사들이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출향인사 수만 해도 충북 인구 전체와 맞먹는 150만 정도가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임 당시 가장 역점을 뒀던 분야는.
“1970년대 후반엔 충북은 물론 국가적으로 낙후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던 시절이다. 당연히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정책 또한 경제분야에 치중했다. 지사로 재임하면서 전국 기업 대표 3천명에게 편지를 보내 기업이나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 협력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 결과 LG와 동아제약 등이 청주공단에 입주하는 결실을 거둬 청주공단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도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데 주력했다. 현재로 따지면 400억∼5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인 35억원의 기금을 마련, 15억원은 체육시설·시민회관 건립에 사용했고 나머지 20여억원은 충북지역개발회에서 맡아 각종 장학사업과 문화체육사업에 쓰도록 한 것도 보람이다. 소년체전 7연패 위업을 달성한 것도 기억이 새롭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선 친절해야 한다. 공직자는 도민을 섬기는 자세로 헌신·봉사하는 사명감을 되새겨야 한다. 공무원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행정기관을 방문했을 때 공무원이 어떤 모습으로 대하고 일처리를 해주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또 법규정이나 행정절차에 얽매이기보다 융통성있게 업무를 다뤄야 한다. 탈·불법적 사안이 아니면 민원인의 입장에서 신속하게 행정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선4기 충북도정이 경제특별도를 지향하고 기업유치에 주력한다면 이같은 변화가 절실하다.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공직자들이다. 절차와 규정을 앞세우다 보면 충북으로 오려던 기업들도 돌아서게 된다. 공직자들에게도 세일즈맨의 자세와 정신이 요구된다.” 

▶도민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충북은 예로부터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기질을 지녔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인 자세로 바꿔야 한다. 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이 정치적·이념적·관념적 차이를 초월,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지역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나무보다 숲을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자신의 관념과 소신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해도 지역적·국가적 이익을 우선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운동도 이같은 맥락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발전을 위한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 도민 모두가 양보와 이해, 타협과 절충, 협력과 화합을 통해 새로운 충북을 건설하고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충북을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역발전에 대한 더 많은 애정과 노력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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