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충북도내 60여개 경로당에 ‘경로당 복지지도사’가 파견돼 새롭게 경로당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설명한 적이 있다.

지난 4주 전 칼럼에서 변신한 경로당의 모습을 연재하기로 했기에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그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경로당이라 하면 우선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이미지로는 옛날 사랑방과 같은 친근감이 들어, 가까운 친구집과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훈훈하고 정감어린 어르신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음이 묻어나는 정겨운 장소로 이야기 된다.

그런가하면 이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인 장소로 여겨져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경로당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모여서 하는 일 없이 화투나 하는 소모적인 시간 때우기의 삶을 사는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에 무슨 지원을 하느냐고 성토하는 이도 있다.

경로당의 부정적인 3대 요소는 화투, 낮잠, 험담(자랑)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고스톱이나 10원짜리 또는 짝 맞추기 화투나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 노인이 많다. 그런가하면 경로당에 와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다른 사람 접근금지 시키는 고집 센 왕 할머니가 있다.

그 왕 할머니의 취미는 단 한 가지 낮잠이다. 집에선 한잠도 못 잤다며 들어오자마자 벌렁 누워 있다가 먹을 때만 일어난다. 이도 저도 끼지 못하는 사람은 모여앉아 이사람 저사람 험담이나 하며 가장 가까운 자신의 영감과 자식, 며느리의 험담 또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경로당에 숙련된 경로당 복지지도사가 파견됐지만 그녀들의 고질병을 다루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2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드디어 경로당 복지지도사들을 울렸다.

경로당에 도착해 어르신들의 노화방지와 잔존기능 회복을 위한 준비된 프로그램을 시작하려 들면 면전에서 초를 치는 한 말씀들을 늘어놓는다.

“난 눈이 침침해서…” “난 손이 무뎌서” “그까짓 유치한 걸 해서 뭘 해” “난 보는 것만 할게” “귀찮게 뭘 자꾸 하라고 그랴” “난 못햐. 조금만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파서…” 등등 온갖 이유를 끌어다 댄다.

어디 그뿐이랴. 사람의 표정이라 보기 어려운 무표정의 얼굴로 “다음부터는 오지마!” “예전에 봉사오던 젊은이도 못 버티고 그만두고 갔어!” “귀찮게 왜 자꾸만 오는겨…”라며 문전박대도 당했다.

경증 치매를 앓던 할머니 한 분은 파리채를 들고 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복지지도사에게 달려들어 마구 갈긴 적도 있어 기절할 뻔 한 적도 있다. 게다가 틈만 나면 옆에 와서 물어뜯고, 할퀴고, 꼬집어서 시퍼런 상처가 오래 간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르신들이 있어 경로당 복지지도사는 오늘도 프로그램 진행도구인 큰 가방을 짊어지고 경로당으로 출근해 큰 소리로 출석을 불러댄다.

이렇게 두 달 남짓. 그렇게도 복지지도사를 구박하던 치매 할머니의 파리채는 보이질 않고 “저 젊은 선생 밥 좀 먹여! 숟가락, 젓가락이 없네…”하시면서 점심까지 챙겨준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파리채로 얻어맞아가면서까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나?

내가 파리만도 못한 인간인가? 라며 회의를 느꼈던 일들이 한 장면으로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감동의 파노라마인 것인지…. 나를 울린 그녀는 오늘도 경로당 복지지도사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젊은 선상님 덕분에 늙은이들만 있는 경로당이 꽃밭이 됐네…”라고. 이래서 두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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